저 놈은 어느 동네 호랑이길래 저리 풀을 뜯어먹고 미친 짓을 하는 것입니까?
남산 동쪽 약수터에 사는 호랑이라 하더이다. 본디 너른 한가람 남쪽에 살았으나 먹는 것이 마땅치 않아 몇 년 전 터전을 옮겨 왔다하오.
먹을 것을 제대로 못 먹어서 그런가 성격이 매우 포악해 보입니다.
본디 굶주린 호랑이일 수록 포악하고 독한 법이지요. 저런 호랑이는 자고로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아니 그런데 종종 보면 저 호랑이 하는 짓이 희한합니다. 얌전히 있는 것이 고양이 같다가도 범털 하나만 건드릴라치면 미친 호랑이가 따로 없군요.
아 그것은 그 호랑이 머리 속에 이상한 것이 들어서 그러하다고 어느 새앙쥐가 그러던데..
머리 속에 무에가 들어가면 호랑이가 미친단 말이오?
아 그것이 나도 잘은 모르지만 새앙쥐 하는 말에 따르면 그 누..누런인지 누렁인지 하는 것이 머리 속에 들어서 호랑이를 조종한다고...

아니? 호랑이 머리 속에 웬 누렁이가 들어있단 말이오? 또한 누렁이라 하면 그것이 누렁이 황소요, 아니면 누렁이 황구요?
글쎄...나도 그것까지는 잘....험.

그 때, 뒤에서 잠자코 있던 고양이가 나서 말하길

이보시오, 비둘기 선생. 그리 확인된 것도 없이 남의 험담을 하고 돌아다니는 것은 군자의 길이 아니오. 그 호랑이가 영 이상하게 구는 것은 사실이나 우리 친척 형님 말씀에 종종 제 먹이도 낯설은 동네 주민에게 나눠주고 한다고 하더이다. 그러한 것을 보면 그 호랑이도 필시 미친 호랑이는 아닐진대 어찌 그리 뒷말만 많으시오.
아니 그것이..음식을 나누는 호랑이가 풀을 뜯어먹으니 그러한 것이 아니오!!
아까는 음식 나눈단 말을 일절 하지도 않으셨소. 아무리 만만해 보여도 남의 뒷말은 함부로 하지 마시오. 그러다 필히 벌을 받을 것이오.
흥, 나는 한양 하늘을 뒤덮는 비둘기 집안의 생원이오. 어찌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동물을 두려워하겠소. 그런 말 마시오.

호랑이의 먼 친척뻘 쯤 되는 고양이가 의롭게 나서자 민망해진 비둘기가 서둘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날개를 몇번 푸득거리며 제 둥지로 돌아갈 채비를 하였다. 이 때 갑자기..

에구구구구구-적 우그적 우적우적 쩝쩝쩝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약수터 사는 미친 호랑이가 비둘기를 한 입에 삼켜버린 것이 아닌가. 비둘기는 에구구구하는 소리도 채 못 마치고 그대로 뱃속에 들어가버렸다.

요즈음 뭔 미친 것들이 날더러 풀 뜯어먹는다며 미친 호랑이라 하는 것들이 생겼다고 하길래 안 미친거 보여주려고 살생을 좀 하였다. 먹잇감이 죽을 때 유언 하나 남길 정신도 없이 먹어치우는 내 식사습관이 참으로 안쓰러워 채식하며 살면 미안한 마음이 덜할까 하였거늘 이것들이 나를 만만히 보는구나. 앞으로 너희도 어디가서 남의 뒷말 함부로 하지 말고 부디 다른 이들을 귀히 여기며 살거라.


하고 호랑이가 말을 마치자 약수터에 둘러앉아 노닐던 백수들이 꽁지빠지게 도망쳤다. 옛날 이야기 끝.

오늘의 배울 점: 착한 호랑이를 포악하게 만드는 것은 주변 동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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